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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es have been my muses for many years. While making a series of ‘Impossible Trees’ (2006-2018) - sculptural bronze works that question our contemporary notion of nature, in a world of increasingly blurring boundaries between man and machine, the natural and the artificial, - I have closely studied trees and developed a certain sense of intimacy towards these beings. Observing their grounding posture, structure, movement, balance, adaptation, connection, texture, and growth, I have been privately drawing fragments of my reflection in parallel to my sculptural practice; and these drawings were often echoing the organic process of growth, looking beyond the materiality of wood. Gradually, the act of drawing and its introspective process have become an integral part of my artistic investigation, and my sculptural focus has largely been shifted to the contemplative process of drawing in the last few years, expanding the scope of spontaneous exploration and becoming more abstract.

Inspired by the profound complexity of nature and the gestural stroke of traditional East Asian calligraphy, these process-driven drawings incorporate movements that are systematic yet organic, emphasizing the cyclical nature of life and growth. Beginning from a dot, the brush orbits its previous position while still wet; each overlapping brush stroke influences and pre-conditions the next one, balancing itself between energy and order, spontaneous and controlled. The circular motion with the slow outward expansion makes continual evolution in each passing moments, accumulating traces of lived experiences that are channeled through breathing and hand-body movement. Residing in between figuration and abstraction, these drawings are the result of a kinesthetic embodied experience, through which I attempt to encounter and resonate the currents of nature.

In this inquisitive process, the medium of ink on mulberry Hanji is fundamentally important for its material sensibilities as well as its inherent symbolic significance. Hanji, the traditional Korean paper handmade from the inner bark of Paper Mulberry tree, has a translucent skin that is soft yet tough, delicate yet resilient. Absorbing and letting the ink move through its microstructure, the fiber-rich surface of Hanji evokes the attributes of a living tree and its natural processes. In contrast, the oriental ink, traditionally made from ashes of burnt pine tree, is spiritually charged; with its black and the countless shades of grey broadening and deepening my contemplation. The moment-to-moment shifts registered in these materials imply the transient nature of experience and the self, in the flow of becoming. In this interplay of time, space, and embodied entanglement, one may momentarily encounter the nature of our existence.

May 2018.

​작가노트 /

 

조우

 

 

최근 몇 년간 집중해 온 수묵 추상 작업들은 내가 십 수년간 진행해 온 변형된 나무 작업들의 연장선상에서 시작되어, 입체 작업에서 표현하지 못했던 것들 – 성장과 경험의 물질화, 시간의 축적, 변화와 이동, 물질과 비물질의 유기적 관계, 보이지 않는 순환, 부분과 전체, 존재간의 상호연관성, 중력 등–  을 주제로 확장되어가고 있다.

2006년부터 만들어 온 일련의 ‘불가능한 나무’  형태의 브론즈 오브제들은, GNR(유전공학, 나노기술, 로봇공학)등 현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간과 기술, 인공과 자연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있는 오늘날, 함께 변화하고 있는 ‘자연’에 대한 관념과 이에 대한 성찰적 질문들을 다루어왔다. 이 입체 작업들은 재료로서의 ‘목재’보다, 자연적인 것을 대변하는 존재로서의 ‘나무’에 대한 철학적인 탐구였다.

여러 나무에서 벗겨낸 수많은 나무 껍질 조각들을 인위적인 형태에 결합해, 마치 자연 본연의 모습인듯 재조합하는, 수행과 같았던 수작업의 연속이었던 지난 작업 과정을 통해, 나는 나무라는 존재에 대한 어떤 친밀감을 갖게 되었고, 이것은 나무의 재료적 물성에 대한 이해를 넘어,  내 자신에 내재된 직관적인 자연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우는 것이기도 했다.

몇 년 전 어느날부턴가 나는 그림을 그리는 것에 깊이 몰입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한지와 먹을 찾아가며 그 목소리에 힘을 얻은 나의 수묵 추상 작업들은, 그동안 내가 나무라는 존재를 바라보며 거쳐간 생각들, 직관적으로 아는 것과 알지 못하는 것의 사이의 세계, 내가 그리는 행위의 사색적 과정을 통해 닿아보고자 한 것들을 보여준다. 이는 나무에 대한 것인듯 하면서도 성장의 과정과 시간의 기록이며, 유기적 프로세스 속에 나 자신의 내면과 자연의 원리를 반향시켜 보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점을 그리고, 붓이 그 둘레를 공전하듯 도는 동작을 반복하며 시간과 호흡의 단면이 생기고,  붓자국이 마르기 전 겹쳐진 또다른 붓질이 그 흔적들 사이에 선을 그려낸다. 이렇게 매번 더해지는 획에는 다음의 획을 규정짓는 어느만큼의 힘과 질서, 자유로움과 가능성이 어울리며 조율된다. 조용한 사색 속에 중첩된 행위의 반복은 그 과정 자체에서 삶의 주기적 본성을 강조하며, 뚜렷한 방향도 목적도, 대상적 이미지나 패턴을 모방하려는 의도 또한 갖지 않는다. 그러나 관념적인 것을 그려낸 곳에도 사실적 감흥은 공존하고, 그래서 때로 의도적으로 추상적인 것에 현실성을 더하는 디테일을 더하며, 구상과 비구상의 구분은 모호해진다. 

이러한 것은 내가 전통적인 동양화를 바라볼 때 느꼈던 것들과 무관하지 않다.  산수화의 산자락은 얼마나 사실적으로 묘사되었는가가 가장 중요하지 않고,  그리는 이와 보는 이 모두에게 보이지 않는 여러 사상과 심상을 담는 매개체가 되어왔다. 내가 써보지 않았던, 친근하지만 생소했던 재료인 한지와 먹에 내재된 이런 정신성과 역사성은,  나도 모르게 이들을 찾게 되었던 근거였던 듯 하다. 특히 수묵의 필선에 스며든 순간성, 추상성, 그리고 먹의 농담과 한지 특유의 발묵은 내가 그리고자 하는 것들과 그려지는 순간의 미세한 변화를 기록하고 생성하는데 적합해, 내가 가까이 가고자 했던 내면의 것들에 더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했다.

한지의 결에는 닥나무 본연의 매끄러움과 거침이 공존하고, 나무의 살에 물이 스미고 움직이는 자연 본연의 성질이 여전히 살아 있음이 느껴진다.  그 섬세한 표피에 나무의 재로 만들어진 먹이 파고들때, 물질은 정신적인 것에 닿고, 나도 숨죽이며 자연에 또는 내 안의 우주에의 본능적인 교감을 시도해본다. 이것은 내가 지난 시간 수없이 만지고 지켜본 나무에 대한 것이고,  오늘 이 시간과 공간, 중력의 틀 속에 살고 있는 나와 우리 모두의 삶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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